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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의 성탄절 (창세기 15:6-21) 12/20/2015

 

한 부부가 여행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남편의 생일을 잊어 버린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남편은 관대하게 말합니다.

“괜찮아요. 단지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리고 순종하는 거예요.”

부인이 잠시 생각 하더니 말합니다.

“차라리 선물을 사겠어요.”

 

어느 카톨릭 신부님이 쓰신 대강절 묵상집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생일 선물에 대해서 주고 받습니다. 생일 선물 이야기를 신부님이 인용하신 이유가 있을줄 압니다. 어느덧 크리스마스도 아무런 사랑와 존경의 마음 없이 선물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절기가 된 것을 안타까워 하며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이번 대강절은 아브라함의 삶을 생각하면서 설교 말씀을 준비하였습니다. 오늘 성탄주일을 맞이하여 아브라함이 받은 성탄선물은 무엇이었는지 함께 상고하며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대강절은 보는 절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주일에는 티끌을 보게 하신 하나님의 축복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내가 네 자손으로 땅의 티끌 같게 하리니” 말씀하셨습니다.

대강절 두번째 주일에는 밤하늘의 별을 보게 하신 하나님의 축복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늘을 우러러 뭇 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낮에는 티끌을 보면서 밤에는 별을 보면서 희망 가운데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티끌과 별들은 밤낮으로 속삭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의 자손이 우리 처럼 될꺼야….”

이 내용이 첫 두 대강절 주일에 걸쳐서 드린 말씀입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티끌과 별만이 아브라함에게 속삭이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도 속삭이셨습니다. 7절 말씀입니다.

“나는 이 땅을 네게 주어 업을 삼게 하려고 너를 갈대아 우르에서 이끌어 낸 여호와로라.”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 땅을 주시겠다고 속삭이십니다. 이 말씀을 듣고 아브라함은 어떻게 반응하죠? 8절 말씀입니다.

“그가 가로되 주 여호와여 내가 이 땅으로 업을 삼을 줄을 무엇으로 알리이까?”

티끌과 별을 보면서 희망을 다져 왔던 아브라함은 이번에도 무엇인가 보여주시면서 약속해 달라고 어리광을 피는 것 같습니다. 보이는 증거를 좋아하게 된 아브라함은  땅을 주시겠다는 약속의 표시가 무엇이냐고 야무지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무엇을 보여주실까요? 9절 말씀입니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를 위하여 삼년 된 암소와 삼년 된 암염소와 삼년 된 수양과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를 취할찌니라.”

소 염소 양 산비둘기 집비둘기 곧 다섯 마리의 동물을 잡으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은 약속한 땅에 대한 보증을 서 달라고 하는데 도리어 애꿎은 동물 다섯 마리를 잡으라고 합니다. 물론 땅이 생기는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하나님의 말씀대로 다섯 마리를 잡아서 소 염소 양은 가운데를 쪼개서 놓고 새는 그냥 쪼개지 않고 놓습니다. 아마 하나님께서 이처럼 하라고 지시하신 것 같습니다. 해가 지면서 피곤했던지 아브라함이 깊이 잠이 듭니다. 이 때 하나님의 말씀이 들립니다. 13절 이하 말씀입니다.

“너는 정녕히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게 하리니 그 섬기는 나라를 내가 징치할찌며 그 후에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

아니 아브라함은 땅에 대한 보증을 서 달라고 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전혀 기대 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도리어 이방 땅에서 사백년간 종살이 할 것을 말씀하십니다. 물론 나중에는, 16절에 보면, 사대만에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온다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 말씀을 비몽사몽간에 아브라함이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겠습니까?

“아니 하나님, 이 넓은 땅도 필요 없습니다. 제 자손이 사백년간 종살이 해야 한다고요? 아무리 큰 재물도 좋지만 그 오랜 시간 어떻게 제 자손들이 종살이를 하란 말입니까?”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런 생각을 비몽사몽중에 하는데 마침 완전히 어두어진 것 같습니다. 17절 말씀입니다.

“해가 져서 어둘 때에 연기 나는 풀무가 보이며 타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더라.”

아브라함은 신기한 체험을 합니다. 전에는 티끌을 보게 하셨고 밤 하늘의 별을 보게 하신 하나님께서 이제는 횃불을 보게 하십니다. 그 횃불이 자기가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본 것입니다.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가는 횃불에 대해서 긴 설명을 할수는 없습니다. 간단히 몇 가지만 요약을 하면, 첫째로는 아브라함의 제사를 받으셨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쪼갠 고기는 바로 쪼개진 아브라함의 자손들입니다. 종살이하는 민족입니다. 그 사이로 횃불이 지나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종살이 하는 자손들과 함께 하신다는 뜻입니다. 셋째로는, 아직 아브라함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먼 훗 날 오실 그리스도와 그의 고난을 상징합니다.

하여튼 아브라함은 횃불을 보면서 큰 힘을 얻습니다. 자기의 제사를 하나님께서 받으셨고 아울러 자기로 인해서 탄생되는 민족의 아픔 한 가운데서 횃불로 함께 하실 하나님을 보게 된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잠시 갈팡질팡 했을줄 압니다. 민족의 아픔이 보입니다. 그러나 민족의 아픔으로 인해 횃불을 보게 된 것입니다.

고난 가운데 횃불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국 군사독재 정권시 무려 20년간 감옥 생활을 한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습니다.

“교도소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보도가 안 되지만요. 제가 무기징역 받고 추운 독방에 앉아 있을 때, 왜 자살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했었죠.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든요.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빛 때문에 안 죽었어요. 그때 있었던 방이 북서향인데, 2시간쯤 햇빛이 들어와요. 가장 햇빛이 클 때가 신문지 펼쳤을 때 정도구요. 햇빛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내일 햇빛을 기다리고 싶어 안 죽었어요.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비록 20년의 감옥이 삶 속에 있지만 결코 손해는 아니다. 태어나지 않은 것과 비교한다면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신 교수님은 신문지 만한 햇빛을 하루 2시간씩 받았기에 20년의 감옥 생활을 견디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살한 사람들의 방에도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을까요? 차이는 무엇이겠습니까? 신 교수님은 그 햇빛을 기다린 것입니다. 자기 무릎에 놓고 2시간 즐긴 것입니다. 그는 한국 역사에 길이 남는 한 인물이 되어 간 것입니다.

 

아브라함도 비슷한 체험을 한 것이 아닐까요? 그는 먼저 사백년 종살이 하는 백성의 모습을 그려 보았습니다. 잠시 후 종살이 하는 백성 한 가운데 횃불이 임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아브라함은 온 인류 역사를 이끌어갈 민족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을까요?

그는 어느덧 역사의 주인공이 된 자신과 자신의 자손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아마 이 확신이 들기까지 하나님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을지 모릅니다.

“왜 종살이를 해야 합니까? 횃불은 무엇을 뜻합니까?” 질의 응답 후 하나님께서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십니다. 18절 이하 말씀입니다.

“내가 이 땅을 애굽강에서부터 그 큰 강 유브라데까지 네 자손에게 주노니 곧 겐 족속과 그니스 족속과 갓몬 족속과 헷 족속과 브리스 족속과 르바 족속과 아모리 족속과 가나안 족속과 기르가스 족속과 여부스 족속의 땅이니라.”

이 약속을 받고 아브라함은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사백년간 종살이를 해도 하나님께서는 횃불이 되어서 지켜 주실 것이고 끝내 이 수많은 족속들의 땅을 바로 자기 자손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믿게 됩니다. 이것이 아브라함이 받은 선물이 아닐까요? 성탄선물.

 

곧 아브라함에게 주신 성탄 선물은 민족의 미래를 보게 하신 것입니다. 역사적인 안목을 새롭게 하신 것입니다. 촌놈 아브라함에게 그 당시 사람들은 도저히 생각할수 없는 안목을 주신 것입니다. 미래를 깊이 생각하게 하신 것입니다.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아브라함은 놀라운 철학자가 되고 역사학자가 되고 아니 신앙인이 되어 갔을줄 압니다.

곧 오늘까지 참 철학자나 역사학자나 신앙인들은 고난과 함께 횃불을 보는 자들이 아닐까요?

 

요즘 저에게는 아주 좋은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20년 목회 생활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은 역시 설교준비입니다. 설교 주제에 맞는 책을 읽는 것이 가장 큰 도전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설교 주제와 관계된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책을 꼭 보고 있습니다. 하루는 기독교 역사책을 읽고 하루는 이민신학에 관한 책을 봅니다. 그 책을 본 후 설교 주제와 관계된 책을 봅니다. 요즘 드는 후회는 왜 좀 일찍 이러지 않았나 후회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처럼 위대한 기독교 역사의 한 아주 작은 부분에 제가 그리고 저희 교회가 속해 있다는 생각을 할 때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흥분이 됩니다. 저에게 주시는 올해의 하나님의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과거 역사를 읽으면서 이처럼 흥분이 되는데 하물려 아브라함은 어떠했겠습니까? 미래에 위대하게 펼쳐질 민족의 역사를 선물로 받았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그 역사의 한 가운데는 횃불이 지나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기독교 역사책을 읽으면 교회 역사 가운데를 지나갔던 횃불을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아기 예수 안에 있는 횃불을 바라보면서 선한 싸움을 싸웠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성탄 선물을 모두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아기 예수가 성탄 선물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아기예수 안에 횃불이 타고 있습니다. 횃불을 바라보는 자들에게는 미래의 놀라운 역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들에게 주시는 성탄 선물입니다.

 

말씀을 거둡니다.

박시호씨가 소개하는 글입니다.

 

“바라만 보지 마세요, 관찰하세요.

삼키지만 마세요, 맛보세요.

잠들지만 마세요, 꿈꾸세요.

생각만 하지 마세요, 느껴보세요.

존재하지만 마세요, 살아가세요.”

 

아기 예수를 바라만 보지 마십시다. 관찰하십시다. 횃불이 타고 있습니다. 온 인류를 위한 횃불이….

 

성경은 말씀합니다.

“그 후에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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